하늘과 땅과 사람
이 글은 한의학 에세이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1) 사람의 탄생
우리는 흔히 天地人을 三才라 부른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하늘과 땅은 사람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일까? 아버지가 낳으시고 어머니가 기르신다는 노래 가사처럼 사람들은 누구나 부모가 자신을 낳아 기른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하늘이 낳고 땅이 기른다는 말을 들으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땅이 기른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하늘이 낳는다는 말에서는 누구라도 고개를 갸웃거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든 생물은 하늘이 낳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봄이 되면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고 낙엽이 진다. 그런데 새싹이 난다 한들, 또 낙엽이 진다 한들 땅 자체에는 변화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하늘이 기후의 변화를 일으켜 땅을 통하여 만들어낸 식물의 변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은 어떠한가. 동물은 봄뿐만 아니라 가을이나 겨울에도 번식할 수 있지 않는가. 그러니 동물에게는 하늘이 낳는다는 말이 해당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물론 그렇게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좀 더 넓게 본다면 이것도 역시 하늘이 동물을 시켜서 번식을 하게 한 것이다. 하늘은 멀리서도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을 은밀히 조절하여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분명 사람은 어머니에게서 태를 빌리고 아버지에게서는 씨를 받아 태어난다. 그러나 어머니의 태란 것도 크게 보면 땅의 일부에 불과한 것이고 아버지의 씨도 하늘의 힘에 속한 것이다. 아버지의 씨란 단순한 씨가 아니다. 그 씨 속에는 그 사람이 살아온 일생과 우주의 파동이 함께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각기 다른 팔자를 타고 태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우주의 파동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같은 우주의 파동을 감지 하였다 할지라도 그 파동을 받아들인 수신기, 즉 그 사람의 마음상태가 달랐기 때문에 각기 각색의 사람이 태어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지구 위에는 사람이 될 모든 자료들이 널려 있다. 그러나 그것들 만으로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을 태어나게 하려면 먼저 사람의 틀을 만들 거푸집이 있어야 할 것이고, 그 거푸집에 넣어 사람을 태어나게 할 만한 기술이 있어야 할 것이며 또한 강안한 예술적 정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록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식을 낳아 기른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람이 거푸집을 제공하는 것뿐, 진정한 주제자는 바로 하늘인 것이요, 온도 습도 등의 모든 조건과 환경을 제공하며 모든 재료를 공급하는 존재는 땅인 것이다. 결국 하늘과 땅은 더욱 큰 아버지이며 더큰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 할 것이다. 사람이 언제나 부모를 그리워 하듯이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늘은 자기의 파동을 끊임 없이 지구에 내리 쏟고 있으며, 그 파동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방에 따라 파동의 변화가 다르고 또한 같은 지방이라 할지라도 그를 받아들이는 개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하늘이 끊임 없이 파동을 내보내는 것은 지구 위에서 끊임 없이 어떤 생명을 탄생시키려는 것이며 땅, 곧 지구는 하늘의 요구를 한껏 억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동물의 세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수컷은 때를 가리지 않고 암컷에게 자기의 씨를 뿌리려고 하지만 암컷은 일정한 시기에 도달하지 않으면 절대 수컷의 씨를 받아 들이지 않는다. 결국 음은 기를 감추어 보존하려는 성질이 강하고 양은 기를 빨리 써서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성질이 강하므로 음양은 항상 서로 다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금슬이 너무 좋아 한번도 싸우지 않는 부부가 있다고 하면 그들은 진정한 성인이거나 아지면 문제가 있는 부부라고 볼 수 밖에 없다.
즉 성인이 되는 남자는 양의 속성을 뛰어넘고 여자는 음으로서의 속성을 뛰어넘어 버리면 음과 양이 싸울 필요가 없는 것이고, 만약 그렇지도 못한 사람들이 같이 살면서 한번도 다투지 않는다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당한 문제가 있는 사람들임에 틀림 없는 것이다.
2)개화의 의미
하늘이 땅에게서 새 생명을 태어나게 한 뒤에도 태어난 생명과 하늘은 계속 교신을 하며 살아간다. 나무라는 생명은 잎으로 태양열을 받아 하늘의 기를 흡수하고 있다. 사람이 평상시에 먹고 자고 활동하고 배설하는 등의 행동도 그와 같은 맥락의 일들이다. 하지만 그것들은 하늘에서 많은 것을 받아들인다 해도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행동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 생명의 비밀은 하늘로부터 언제 어떻게 전해 받은 것일까? 만약 하늘로부터 자기 생명을 유지하고 또 자손을 번식시키는 데 필요한 귀중한 정보를 받아 처리하지 않는다면 모든 생물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생물은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오래 전 어느 봄날 나는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서 무엇 때문에 저 나무들은 온 힘을 다 하여 많은 꽃을 피우는 것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단지 벌이나 나비를 부르기 위해서라면 꿀만 있어도 될 것인데 저토록 갖가지 모양과 색깔을 갖추어 꽃을 피워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한 끝에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하늘로부터 날아오는 비밀스런 전파를 받는 수신기라는 것을. 물론 잎으로도 태양빛을 받기는 한다. 그러나 그 두텁고 무딘 잎으로는 우주의 비밀스런 정보까지 수신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노릇이리라. 꽃 중에는 밤에만 피는 것들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약한 별빛이나 달빛은 섬세한 꽃잎이 아니라면 도저히 감지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은 누구라도 비슷하고 똑같은 것 같지만 실제로 그 질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우리가 성인을 숭배하고 도를 많이 닦은 사람을 따르는 것은 바로 그들이 우주의 많은 비밀을 깨닫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식물이 쉼없이 자라나 피운 꽃으로 우주의 비밀을 감지할 수 있듯 사람도 부지런히 자라고 공부를 해야 우주가 간직한 비밀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사람에게 전해지는 우주의 비밀과 식물이나 다른 동물들이 느끼는 우주의 비밀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이 15-16세가 되어 신체적으로 성인이 되는 것은 식물적인 우주의 비밀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인간적인 우주의 비밀은 그저 나이를 먹는 것만으로는 알아낼 수 없다. 그것은 부지런히 노력하여 우주의 파동을 감지할 정도의 수신기를 마음속에 개발해낸 뒤에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3) 사람의 몸과 마음
하늘은 끝없이 움직이며 변하고 있지만 땅은 항상 변함 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저 하늘이 이끄는 대로 따를 뿐이다.
이러한 관계가 지상의 모든 물체에 적용된다는 것은 주목해볼 가치가 있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식물에게서 꽃이 피는 것은 하늘과 교신을 하기 위해서이다. 이 교신은 바로 그 식물의 마음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런 관계는 사람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하늘이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五臟을 五神藏이라고 하였다. 간 심 비 폐 신 등의 다섯 가지 장이 다섯 가지 귀신, 즉 혼 신 의 백 지를 감추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 다섯 귀신이 바로 우리들의 몸을 변화시키기 위해 하늘이 내려준 것이다. 이 다섯 귀신이 오장 속에 숨어 있다가 필요한 때에 발동하여 몸을 움직이고 변화시키는 것이다. 결국 사람의 몸이란 이 다섯 귀신의 활동 무대이며, 그들에 의해 조정되는 꼭두각시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말하길 몸을 허상이라 하고 五神을 실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섯 귀신이 실체이고 몸이 허상이라고 하여 우리들의 몸이 항상 귀신의 말에 따라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대체로 몸이란 귀신의 말을 듣는 것이 기능상 순조롭고 건강에도 좋기는 하다. 그러나 가끔씩 아이들이 부모님 말씀을 몰래 어기기도 하고, 학생이 선생님 말씀에 따르지 않기도 할 때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지 않던가. 우리 인체도 이와 같다. 성인이나 도사들이야 몸이 귀신의 말만 듣는다고 해도 그 안에서 道樂을 찾아낼 수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로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람의 칠정, 즉 희노애락은 귀신의 작용에 사람의 몸에서 생긴 욕심이 함께 뭉쳐져 생겨나는 것이다. 귀신과 몸의 욕심이 부딪쳐서 칠정이 생겨났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귀신이라고 전혀 희노애락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들의 작용에 욕심이 붙어야 그 희노애락이 증폭되어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귀신에서 魂의 기운이 왕성하면 노기가 생기는데 여기에 마음의 욕심이 동하면 이 노기를 크게 증폭시킨다. 그러나 반대로 귀신이 노하려고 하는데도 도리어 마음속에 욕심이 동하여 용기가 없어져 이 노기를 도리어 죽여버리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므로 마음을 닦는다는 것은 곧 욕심을 잘 조절하여 칠정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칠정이 제대로 발휘되어야 건강하고 병이 없이 살아갈 수 있다. 요즈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스트레스가 쌓인다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 칠정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기 때문에 비롯된 증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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