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

초여름 숲처럼

맑은 계곡 2009. 10. 30. 22:45

 

나무와 나무사이엔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가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사이로

차가운 바람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짙푸른 강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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