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 조주청과 함께가는 지구촌 여행 41
남미의 페루-볼리비아 인디오의 집짓기, 우리한국과 똑같다.
어쩌면 우리와 그리도 똑같을까.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호수 티티카카에서 인디오들이 집짓는 모습은 우리네 선조들과 너무 흡사하다. 우리와 인디오들의 혈연적 친연관계는 물론 문화적 습속마저 일치하는 이유는 무얼까.》
인디오들을 보면 하나같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들이다.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어릴적 우리네가 살았던 기억들을 고스란히 뽑아올리게 한다.
남미 안데스 산맥 한복판에 자리잡은 티티카카호수는 충청남도만한 거대한 면적에다가 수면 표고가 3천8백12m나 되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다. 이 호수 위로 페루와 볼리비아 국경선이 지나간다.
볼리비아 땅이 빤히 보이는 페루쪽 호수 위에 섬 하나가 봉긋이 떠 있다. 타킬레(Taquile)섬.
아직도 문명이 쳐들어오지 않은 이 섬엔 1백여 가구의 케츄아족 인디오들이 살고 있다. 가파른 산비탈에 기대어 그 옛날부터 그네들 조상들이 살아왔던 방식대로 군말 한마디 없이 조용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경창파 티티카카호수에서 고기잡고, 산비탈 밭뛔기에 땅파서 감자와 오까(손가락처럼 생긴 것으로 감자와 고구마의 중간 맛)를 심고, 양을 키우며, 아도베라는 흙집에서 기종기 사는 모습은 눈이 시도록 곱기만 하다.
자― 타킬레섬 꼭대기에서 마을공회당 바로 아래에 살고 있는 와타마차카씨네 집으로 가 보자.
오늘은 온식구들이 매달려 이 집의 대역사(大役事)를 시작하는 날이다. 새로운 집을 짓는 기공식 날인 셈이다.
41세 와타마차카와 한살 아래의 와이프 바실리아 사이엔 5남1여가 있다. 16년 전 신랑 신부와 신랑아버지가 땀을 흘리며 지은 집에서 그동안 여섯 남매를 낳았는데 그들의 머리가 굵어지면서 이젠 여덟 식구가 살기엔 턱없이 공간이 좁아져 버린 것이다.
게다가 개울 건너 오두막에 혼자 사는 바실리아의 친정어머니가 한해가 다르게 기력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속넓은 사위, 와타마차카는 새 집을 지어 장모와 함께 살기로 작 정한 터다.
식구들은 모두가 신바람이 났다. 지금 두 동생과 한 방을 쓰고 있는 15세 맏아들도 신이 났지만 끝에서 둘째인 초등학교 2학년 남동생과 같은 방을 쓰는 14세 외동딸도 자기 만의 독방을 쓸 생각에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녀석은 새 집을 다 지을 때까지 학교에 가지 않기로 선생님께 허락을 받았다. 책상에서 덧셈 뺄셈을 배우는 것만 공부인가. 온식구들이 힘을 합쳐 집을 짓는 것보다 더 큰 공부가 어디 있으랴.
온식구들이 모여 달력 뒷면에 설계도를 그려 봤지만 중구난방이 된 바람에 와타마차카는 모두 잠든 밤에 촛불 아래서 15세 맏아들과 단둘이서 밤새워 그려냈다. 말이 설계도 지 막상 집을 지어가면서 얼마나 바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날이 밝았다. 태양의 제국, 잉카의 후손인 와타마차카는 섬 꼭대기에 올라 티티카카호수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우리 식구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머리숙여 빌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난 후 모두가 팔을 걷어붙였다. 와타마차카 부부와 6남매, 그리고 함께 살 장모, 이렇게 아홉 식구의 분업이 정해졌다. 맏아들과 셋째 아들이 밭두렁의 진흙을 파고 산에서 베어온 풀을 손가락 길이로 썰어 놓으면 둘째딸과 그녀 친구는 개울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온다.
맏아들은 바지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물을 끼얹으며 마른 풀과 진흙을 으깨기 시작한다. 마른 풀은 균열되는 흙벽돌을 얽어매는 결속제 역할을 한다. 이어 초등학교에 다니는 넷째, 다섯째 아들이 외바퀴 손수레에 진흙 반죽을 싣고 남향받이 밭으로 운반하면 와타마차카는 직사각형 나무틀에 진흙 반죽을 넣고 밟아서 흙벽돌을 성형한다. 여섯살바 기 막내아들은 시원한 우물물을 떠서 아빠에게, 형들과 누나에게 갖다 준다.
흙벽돌을 찍는 모습은 어릴적 우리네 그것을 빼다 박았다. 우리가 짚을 작두로 썰어 진흙과 섞는데 비해 그들은 산에서 풀을 베어다 섞는 미미한 차이를 빼면 만드는 과정, 심지어 흙벽돌의 크기까지 어떻게 이렇게도 똑같을 수가 있을까.
부인과 장모는 땀흘리는 식구들을 위해 별식을 만든다. 진흙 반죽으로 밭가에 원추형 아궁이를 만들어 불을 계속 지펴 아궁이가 달아올랐을 때 감자와 오까를 넣고 아궁이를 부셔 덮어 버린다.
이때 벽돌작업을 하던 어린 형제들이 삽으로 주위의 흙을 파서 그 위에 봉긋하게 덮는다. 그리고 30여분을 기다린 후 그곳을 파헤치자 원적외선으로 맛있게 익은 감자와 오 까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구 반대편, 험준한 안데스산맥 속, 그 높은 만경창파 호수 위의 외딴섬. 와타마차카 일가족은 그들의 조상이 베링해협을 지나 알래스카를 거쳐 내려왔든, 태평양을 건너갔 든 우리와 한핏줄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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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티카카 호수 소개
안데스 산맥 해발 3,812m에 위치한 티티카카호는 면적이 8300㎢정도 되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호수이다.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을 이루는 거대한 바다 같은 호수는 티티카카의 잉카문명의 창시자인 '만코 카파크'가 그의 여동생 마마 오크료와 함께 이 호수의 태양에 섬에 강림했다는 오랜 전설과 신화가 오늘날에도 살아 숨쉬는 곳이다. 안데스의 고산족 아이마라의 삶의 터전이고 잉카의 후예들인 남미 인디오들의 정신적 고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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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출처: 네이버 통합검색'티티카카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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