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이식한 한옥의 유전자 | |
짚풀 섞은 황토벽에 우물마루 바닥 베란다는 약간 높여 간이 툇마루로 “천연재료 속성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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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한옥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옥의 운치와 친환경적인 참살이의 장점을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좁고 비싼 도시에서 한옥을 짓고 살기란 쉽지 않다. 현대인의 삶에 편리한 아파트의 장점도 버리기 힘들다. 그러면 아파트를 한옥으로 바꾸면 어떨까?
평소 한옥을 동경해 온 이경진씨가 이 실험에 도전했다. 한옥문화원(원장 신영훈)과 함께 자신의 서울 중계동 85㎡(전용면적)대 아파트를 한옥 건축 방식으로 완전히 새로 고친 것이다. 아파트 일부를 한옥 분위기가 나도록 꾸미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아파트 내부 전체를 한옥 짓는 법으로 고친 것은 유례가 없었다. 국내 최초의 ‘아파트 한옥’ 개조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뒤쫓아봤다.
한옥문화원이 개조한 중계동 이경진씨네
개조의 뼈대는 건강친화적 시공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이씨의 요구에 따라 벽면 전체에 황토를 바르고, 바닥에 나무 마루를 깔기로 했다. 원래는 벽만 황토로 하기로 했다가 바닥까지 황토칠을 하는 것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공사는 지난해 11월27일 철거와 함께 시작됐다. 가장자리 벽면은 8㎝ 두께의 단열재를 모두 뜯어내고 짚풀 섞은 황토를 가는 나무 살대를 엮어 넣어 5㎝ 두께로 발랐고, 세 방 벽은 2~3㎝ 두께로 황토를 입혔다. 마루와 방바닥은 황토와 접착반죽인 퍼티를 섞어 칠했다. 천장을 뺀 집안 전체를 황토로 바른 것이다.
마루와 문-보이는 곳을 좌우하는 매력 포인트=아파트의 층고가 낮은 편이어서 마루는 최대한 얇게 1.2㎝ 두께로 짰다. 마루는 일반적이고 모양도 단순한 ‘장마루’ 대신 우리 한옥만의 고유한 마루이자 더 고급인 ‘우물마루’로 정했다. 안방을 뺀 방 2개도 모두 나무마루를 깔았다. 마루 널조각인 청판은 이후 나무가 마르며 비틀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뒷면에 홈을 파서 덜 휘게 했다. 또 베란다까지 바닥을 트고, 마루보다 높게 올린 일종의 간이 툇마루를 만들었다. 실내 툇마루여서 외부와 내부를 이어주는 원래 툇마루의 기능은 없지만 한옥의 분위기와 멋을 구현한다는 의미에서 설치했다. 문과 창 등은 1급 목수들에게 중상급 재료로 맞췄다. 방문과 창틀은 모두 창살 모양을 달리해 마루창은 용(用)자 살, 작은 방 미닫이 문은 아(亞)자 살, 화장실 문은 세(細)살로 변화를 줬다. 철제 현관문도 전체 분위기에 맞게 문의 집안 쪽 면을 나무로 덮어 꾸몄고, 신발장도 전통가구풍으로 맞췄다.
차분한 분위기와 친환경 소재에 만족=집주인 이씨는 10일 “선례가 없는 시도여서 걱정이 많았는데 의도한 대로 공사가 되어 만족스럽다”며, “실내에 페인트 같은 화학재료나 철 같은 소재가 없어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게 가장 좋아진 점”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부인은 “초등학생 아이들이 여느 집과 다른 집안 모습에 자부심을 갖는 것 같다”며 “나무와 한지로 실내 분위기가 부드럽고 따듯해지면서 아이들이 차분해진 듯하다”고 말했다. 살림 측면에서 꼽은 어려움은 마루 관리.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리면 움푹 파이게 되고, 음식물 등을 흘렸을 때 빨리 닦아주지 않으면 나무 속으로 배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장 부원장은 또 “원목이나 흙 같은 천연재료들은 아무리 최고로 시공해도 일정 부분 변형이 생기기 마련이며, 재료 준비 역시 개별 집들에 맞게 따로 수작업으로 만들어야 하고 시공에도 숙련된 작업이 필요하다”며 “따라서 집을 한옥처럼 꾸미려면 천연 재료의 불가피한 변화를 받아들이는 자세와 시공을 충분히 준비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사진 구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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