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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꽃은 졌다 피는 것이다

맑은 계곡 2006. 7. 8. 14:09

 

  꽃이 진다.
  맨발로 디딜 수 있는
  빈곳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서성일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들판에서 별처럼
  꽃잎이 밟혔다.
  다가설수록 더욱 멀어지는
  상심한 발길 숨긴 채,
  하늘로 고개 들어보았다.
  불안한 영혼의 꽃은
  눈물처럼 진다.

 

  꽃이 핀다.
  차가운 대지에 묻어놓았던
  오래된 기억 불러내
  마른 영혼에게 나눠주었다.
  이제야 뿌리 깊이 박혀 있던
  물기 닦아낼 수 있었다.
  먼 그리움 닿아 있는
  들판이 끝나갈 무렵, 
  습관처럼 유서를 써왔던
  쓸쓸한 손끝에서
  꽃은 핀다.

출처 : 나에게로...
글쓴이 : 산에 들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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