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방
해바라기 씨
맑은 계곡
2008. 5. 31. 00:06
해바라기 씨/정지용/1939
해바라기 씨를 심자.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해바라기 씨를 심자.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이슬이 내려와 같이 자고 가고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햇빛이 입 맞추고 가고
해바라기는 첫 시악시인데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고개를 아니 든다.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소리를 꽥 ! 지르고 간 놈이-
오오 시철나무 잎에 숨은
청개구리 고놈이다.